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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 "닥쳐라, 내가 원하는 걸 하는거다"

t : 5집 <Pieces>를 내면서 그룹을 해체하고 싶었다는 기사를 봤다.
타블로
: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에픽하이라는 팀 때문에 그런 것들을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극도로 우울하고, 비관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걸 풀면서 작업했던 게 5집이었다.

t: 꼬였던 감정이 <Love scream>을 내면서 풀린 건가. 이번 앨범 <Love Scream>은 5집 <Pieces, Part one>과(이하 <Pieces>) 상반된 작업처럼 느껴졌다. 재킷부터 <Pieces>는 기계적인 느낌이고, <Love Scream>은 꽃이다. 사운드도 <Pieces>는 일렉트로니카적인 요소가 담겨 있고, <Love Scream>은 아날로그적이다.
타블로
: 많이 다르다. <Pieces>는 거친 내용이 많았다면, <Love Scream>은 좀 더 부드럽고 사랑에 관련된 내용이니까. 원래 <Love Scream>을 먼저 하고 있었는데, <Pieces>의 내용들이 그 당시 우리에게 와 닿는 거 같아서 먼저 작업했다.

“이제 무언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든다”

t: 왜 그렇게 느낀 건가.
타블로
: 4집을 만들 때는 정서적으로 극도로 우울했었다. 그래서 <Pieces>에서 그 감정의 찌꺼기들을 풀려고 했다. 그리고 <Love Scream>에 오면서 많이 순해졌고. 5집은 우리의 전체적인 포트폴리오를 봤을 때는 약간은 학습용 앨범이었던 거 같기도 하다.
투 컷 : 그래서 싱글로서의 완성도는 5집이 더 높은 거 같다. 앨범의 짜임새는 4집이 더 좋고. 두 앨범의 색깔이 <Love Scream>에서 잘 섞이게 된 것 같다.

t: 그래서 <Pieces>의 성격이 일관되지 않았던 건가. 그 앨범은 계속 성격이 바뀐다는 느낌이 들었다.
타블로
: 전에는 앨범을 만들 때 뚜렷한 콘셉트 같은 걸 짜고 나서 앨범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4집을 내고 나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음악 재밌게 만들어보자, 그래서 각자 이런 저런 능력을 키우는데 신경을 썼다. 녹음실로 짐을 갖고 들어가서 거기서 24시간 내내 생활 하면서 해 보고 싶은 건 다 해봤다. 이런 저런 악기 다 써보고. 요즘에는 음악을 예전처럼 생각하면서 만드는 경우가 거의 없다. 곡 하나하나 만드는 게 즐거운 거고, 그게 앨범을 이룰 수 있을 때 내는 것뿐이다. 이제 무언가 증명하고 싶거나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든다. 그냥... 음악 하는 거다.

t: 앨범을 만들 때 왜 고민이 많았나. 5집의 가사들은 특히 절망적이었다. 자살에 대한 내용도 많았고.
타블로
: 요즘은 무섭기만 하다. 사람들에게는 안 좋은 일들이 언제나 벌어진다. 그런데 우리는 방송에 가서 울 수 없다. 사람들이 우리는 행복하게 잘 살 거라고 생각하니까. 힘들다면 배부른 소리라고 하고. 힘들고 아픈 걸 감추는 게 힘들다. 그걸 분출할 게 음악 밖에 없고. 요즘에는 세상에 관심은 갖되 너무 민감하지 않으려고 노력 한다.

t: 왜 더 예민해진 건가. 부담이 커진 건가? 5집에서 ‘Breakdown’을 후속곡으로 정하는 과정에서 좌절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타블로
: 그건 기사가 과장된 거긴 한데, ‘Breakdown’을 냈을 때 사람들이 우리를 미쳤다고 했다. 물론 회사에서는 바로 ‘우산’같은 곡을 하는 게 수익적으로는 좋을 거라고는 했지만 그냥 하고 싶은 걸 했다. 뮤직비디오도 원하는 대로 찍어서 다 금지도 당해보고. 그건 금지 당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찍었던 거다. 그렇게 우리는 하고 싶은 걸 한 건데, 사람들은 왜 그런 걸 후속곡으로 하냐고 하니까.
투 컷 : 그 전까지는 파격적인 거, 센 거를 원하던 부류들이 갑자기 ‘쟤네 왜 저러냐, 망하겠네’ 이러는 거다.
미쓰라 眞 : 그 때 ‘우산’을 후속곡으로 안했다고 거의 끝났다고 하는 분위기였다.
타블로 : 뮤지션들이 자기가 만든 15곡 중에 무슨 곡을 타이틀곡으로 하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제일 가슴 아팠던 게, 활동 끝나고 ‘우산’을 했더라면 더 팔렸을텐데, ‘우산’을 했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을텐데 이런 얘기가 자꾸 나오는 거였다. 왜 제작자들이 아니라 듣는 사람들이 그걸 걱정해야 하나.

“좋은 가사를 쓰는 게 힙합이지, 힙합에 관한 얘기를 쓰는 게 힙합이 아니다”

t: 하지만 하고 싶은 음악을 하려면 어느 정도 대중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기가 올라 갈수록 그렇게 듣기 싫은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고.
타블로
: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으면 듣고, 싫어하는 뮤지션의 음반이 있으면 듣지 말고. 싫은 걸 왜 들어가지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아마추어 힙합 뮤지션이 음반을 냈는데, 그 사람의 음반이 안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이 욕먹을 짓을 한 건 아니다. 그런데 굳이 그 사람한테 너 음악하지마, 최악이야 이러고, 걔는 어떻다 얘는 어떻다 소문 만들어낼 이유가 있나. 그런 건 창피한 짓이다.

t: 당신들을 예민하게 만드는 부분 중에 힙합 신의 뮤지션과 팬들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5집에서 미쓰라 眞의 가사는 전보다 힙합 신에 대해 더 세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쓰라 眞
: 5집 때가 지금까지 했던 것 중에 가장 독하게 가사를 썼던 거 같다. 한 번에 끝난 작업도 없고, 녹음 계속 다시 하고 가사 다시 쓰고. 나한테는 부담도 많이 되고 스트레스도 쌓여 있었다. 그런데 그 때는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4집이 너무 좋게 나와서 독하게 안하면 추락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한정된 곡 안에서 최대한 많은 걸 이야기하려고 표현에 신경 쓴 부분이 있다. 그래서 무조건 많이 써야지, 쓸 수 있을 때 써봐야지 했다. 그 시기를 지나니까 내가 쓰기 좋고, 듣기 좋은 걸 쓰는 게 편하고 좋다는 걸 알겠더라. 그래서 <Love Scream>은 편하게 갔다.

t: 왜 그렇게 쏟아냈나.
미쓰라 眞
: 똑같은 얘기를 한 번 해서는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반복적으로 얘기를 해줘야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앨범을 낼수록 강도를 높이게 된 거고. 이 신을 굉장히 좋아하고, 지키고 싶은데 음악 신과 함께 무너져버리는 게 보이니까 살리고 싶어서 더 독하게 나갔다.

t: 당신들이 생각하는 힙합 신의 문제는 뭔가.
미쓰라 眞
: 불필요한 게 너무 많아졌다. 음악이라는 걸 그냥 하면 되는데, 부수적인, 쓸데없는 동작들이 너무 많으니까 듣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 거 같다. 다들 음악만 하고 음악만 들으면 되는데, 자신을 한 단계 올리기 위해서 붙잡고 늘어지는 게 많다.
타블로 : 나는 앞으로 힙합 얘기를 아예 안할 가능성이 크다. 이 세상에 할 얘기가 너무 많은데 힙합에 대한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 힙합은 그냥 하면 되는 거고. 문제는 힙합 신이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에서 힙합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의 게임이 돼 버렸다는 거다. 예를 들면 가사와 가사를 가지고 이건 누가 누굴 비난한 거다 이렇게 붙이고, 그게 뮤지션들한테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걸 알게 된 네티즌들이 더 부추기고. 하지만 인생은 스타크래프트 게임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게임이겠지만, 뮤지션들은 그것 때문에 실제 인생이 뒤틀린다. 그래서 떡밥을 던져주기 싫다. 이 나이 돼서 다른 사람들 때문에 다른 뮤지션들과 트러블을 빚는 것도 싫고. 좋은 가사를 쓰는 게 힙합이지, 힙합에 관한 얘기를 쓰는 게 힙합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착각을 아예 외면하면서 부셔 버리고 싶다.

“우리는 애초에 힙합 그룹이 목표가 아니었다”

t: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당신들의 ‘eight by eight’의 드럼이 이상하다는 글도 있었다. 그만큼 힙합 팬들은 힙합 뮤지션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크고, 자신들의 의견에 대해 거침없이 표현하는 편인데, 그런 것들도 당신에게 영향을 미치나.
투 컷
: 그 얘기 안다. ‘the future’에서도 그 비슷한 얘기가 있었다. ‘the future’가 트렌디한 곡인데, 나는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전형적인 힙합 사운드를 넣으면서 트렌디한 느낌도 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걸 트렌디한 사운드에서 벗어났다고 하는 거다. 그래서 그 글을 보고 깨달았다. 아, 정말 모르겠다.
타블로 : 그래서 내가 듣기에 가장 좋은 걸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누가 이게 좋지 않을까 하면 닥치라고 그런다. 내가 원하는 걸 하는 거다. 내가 직접 작곡하고 편곡하는 사람이면 우리에게 더 어울리는 게 있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서 그대로 가는 거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쪽으로 가고 싶다. 우리가 만드는 거니까. 예를 들어 우리는 래퍼로서의 자아도 있지만 작곡가로서의 자아도 있다. 이 두 개가 동시에 있으니까 때로는 우리 목소리 없이 곡을 만들고 싶을 때도 있다. 우리는 곡을 쓸 때는 철저하게 작곡가로 활동하니까. 거기에 우리의 음악이 랩이 더해지면 래퍼가 되는 거고.

t: ‘1분 1초’는 작곡가로서의 타블로가 더 드러난 거 같다. 멜로디하고 랩을 연결시키는 과정이, 랩이 아닌 멜로디를 씌워도 그냥 하나의 곡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래퍼가 아닌 작곡가의 자아가 더 강했다는 생각이 든다.
타블로
: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우리가 노래를 굉장히 잘 부르는 애들이면 노래만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랩으로도 많은 감성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

t: 에픽하이가 우리가 생각하는 힙합 그룹에서 멀어지고 있는 건가.
타블로
: 그렇다. 멀어지고 싶다. 우리는 애초에 힙합 그룹이 목표가 아니었다.
투 컷 : 힙합 자체의 역사가 20년이 넘었고, 계속 장르가 변해가는 과정에 있는 것 아닌가 우리가 이단아인 것도 아니고.

t: 그러면 이 모든 상황들 속에서 에픽하이는 힙합을 떠나서 어떤 길을 가고 싶은 건가.
타블로
: 하고 싶은 걸 하는 거다. 그 결과로 대중들이나 힙합 신과 멀어지면 지금 우리가 본질적으로 원하는 게 멀어지는 건가 보다 하는 거고. 그거에 대해서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가까워진 거에 대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투 컷 : 우린 계산 같은 걸 못한다. 치밀하게 계산하는 애들이 아니어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려는 것뿐이다.
미쓰라眞 : 순수하게 하고 싶은 걸 하되, 대중이 좋아해주면, 그건 감사하다. 거기까지다.


출처 : 매거진T(http://www.magazinet.co.kr/Articles/article_view.php?mm=002001000&article_id=49000)

by 니힐 | 2008/11/04 14:16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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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미냐 at 2008/11/04 18:35
앨범 낼때마다 힙합얘기가 계속 나오네요.
Commented by 니힐 at 2008/11/05 10:51
일단 힙합으로 나와서 그런지 매니아들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 하는것도 있고 해서 그런거 아닐까요
;ㅅ;
전 정말 리드ㅁ나 힙ㅍ에서 에픽 음악가지고 까는거 보면 너무 안타까워서...
Commented by 캣엠 at 2008/11/05 18:43
타블로 :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으면 듣고, 싫어하는 뮤지션의 음반이 있으면 듣지 말고. 싫은 걸 왜 들어가지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아마추어 힙합 뮤지션이 음반을 냈는데, 그 사람의 음반이 안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이 욕먹을 짓을 한 건 아니다. 그런데 굳이 그 사람한테 너 음악하지마, 최악이야 이러고, 걔는 어떻다 얘는 어떻다 소문 만들어낼 이유가 있나. 그런 건 창피한 짓이다.

진짜 와닿네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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